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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데굴데굴 패스연습 ᕕ( ᐛ )ᕗᕕ( ᐕ )ᕗ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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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패스연습ᕕ( ᐛ )ᕗᕕ( ᐕ )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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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최진호



‹나쁜 작가›

그 문제의 정답을 나는 어릴 적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문제의 정답은
나쁜 녀석 맞춘 내게 선물 줘서 너무 좋아
(우리) 할아버지의 그 (아들)과 또 (바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작업은? 누가 누굴까
그 작업이 좋은 이유는? 재밌으니까
가장 싫었던 작업은? 나쁜작업
미술 작가는 전시를 낳고
아르코용 전시는 아니지만 작가는 작업을 낳았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언제나 다큐멘터리는 픽션과 다르게 저항하는 피사체를 찍는다. 그렇게 촬영은 중단됐고, 교양 좀 쌓아보겠다고 글자와 강연에 시선을 두었다. 생각이 다분해 보여야 감독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무념하게 스크롤 하다 ‘무빙 이미지’를 언급하는 웹진을 봤다. 그것도 2023년에 말이다. 나는 꽤나 웃긴 일이라 생각했다. 학부를 입학했을 때에 ‘무빙 이미지’가 슬슬 얘기됐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가? 적어도 연재 초반까진 그랬다. 아, 위에 글은 삐삐밴드의 ‹나쁜 영화› 가사를 바꿔 써봤다.



보낸 사람: 최진호 받는
사람: 함연선
날짜: 2023년 8월 21일 23:12

안녕하세요. 연선 씨.
매주 월요일에 시우 씨와 연선 씨의 패스연습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여덟 번째 연재까지 매우 흥미로웠고 2023년에 언급된 무빙 이미지 시리즈였습니다. 무빙 이미지와 김희천 씨 얘기가 아니라… 공을 쏘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시대를 진단하는 연재를 읽다보니 다른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전문서라기 보다는 에세이 위주의 글을 내 머리로 이해하고 있을까… 댓글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페이지의 조회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연재는 전에 본 적 있을 거에요. 시청률은 흥미로웠습니다.

보낸 사람: 함연선 받는
사람: 최진호
날짜: 2023년 8월 21일

안녕하세요. 진호! 일단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기능은 사실 사이트 작성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거라 바로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도 사이트에 댓글 기능이 있어서 좀 더 의견을 교환할 부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댓글 기능 작성이 쉬우면 빨리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일련의 패스 연습은 항상 타인의 ‘침입’을 환영합니다(그 사실은 매우 홍보하지 못했습니다)
무빙 이미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공유해 주시면 매우 유익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제안의 포인트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보낸 사람: 최진호 받는
사람: 함연선
날짜: 2023년 8월 21일

너무 좋네요. 데굴데굴 패스연습이 몇 번 연재될지 모르겠지만, 연재 중 독자로서 하고 싶은 말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면… 할리우드 키드와 봉준호 키드가 세대별로 나뉘어져 있듯이 저도 봉준호 키드와 김희천 키드입니다. 그것에는 흥미로운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공정. 한글에서 영어, 영어에서 일본어, 일본어에서 다시 한글로 in papago)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김희천 키드다.
라고 글을 시작할까 했는데, 오해할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J는 ‘데굴데굴 데모험ᕕ( ᐛ )ᕗᕕ( ᐕ )ᕗ’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그들과 꽤나 측근인 J와 통화를 하다가 ‘김희천 키드’라고 말했다. 내가 김희천과 친해지고 싶은 줄 아는지, 경멸하는 듯한 말투로 내게 뭐라 했다. 그 말을 듣고 살짝 열받았다. 하긴, 미술계에서 라인은 중요하니까 이해는 한다. 다만 우리가 봉준호 영화를 보고 자라온 봉준호 키드인 것처럼, 내가 미술을 시작했을 때부터 미디어 매체의 흐름은 김희천, 강정석 등으로 흘러갔다. (그 전에 히토 슈타이얼까지) 나는 그걸 보고 성장했으니 김희천 키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는 조금만 검색하면 누벨바그니, 뭐니, 시대를 알 수 있는데, 미술은 현장에 속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잖아? 미술 비디오는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

J와 이틀 전에 통화했을 때, 전시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구성할 것이라며 내게 말했다. 쓰리 디와 같은 그래픽 포스터가 아닌 전시를 거의 못 봤다. 그래, 이젠 그만할 때도 됐지… 라고 중얼거렸다. 어쩌다 보니 쓰리 디가 난무한 매체의 흐름이 언제 바뀔 것인지 얘기하고 있었다. 지금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면 향후 오 년이 유통기한이라 하면 너무 긴가? 어차피 세상은 나를 버리고 돌아가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작가들을 들먹이며 어떤지 물어봤다. “이 사람은 어때? 어떻게 생각해? 정윤석 감독(좋아한다) 알아?” “아니, 그 사람은 같이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몰라.” “누구는 어떤 사람이야? 나 그 사람 궁금해.” “너가 어려서 힙스터같은 애들을 좋아하는 거야.” 힙스터… 미술계 힙스터(좋아하지 않는다) 포문을 연 사람은 누구지?

모두가 반지하를 언급하니 나도 해야 할 것만 같다. 나는 그곳에서 이루어진 상영회가 어떤 전시였고, 왜 회자되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포스트-인터넷 세대답게 시작과 끝에 대해서 알고 있다. 강정석은 왜 미술계에서 사라졌는지를 건너서만 들었다. J는 내게 강정석이 두산 프로그램으로 뉴욕에 갔을 때, 관계자와 시스템적인 문제로 싸웠다고 했다. 그리고 뉴욕의 전시는 홍보조차 되지 않은 없는 전시가 되었다. J에게 나도 그럴 것 같아서 두렵다고 했다. 강정석도 어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2016년, 열정에 미친 미대 1학년이었고, ‹바벨›을 처음 보았다. 대부분의 미술인이 그렇듯 입학을 하고부터 동시대 미술에 눈을 뜬다. 지금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나조차도 페인팅은 물론 타 매체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바벨›을 보았고, 그날 이후로 나는 비디오를 시작했다. 함연선 씨의 연재에서 과거 바벨을 처음 보았을 때를 회상하며, “왜 그렇게 좋아요?”라는 질문에 뭐가,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못했다는 게 생각났다. 나도 그렇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처럼 보였다는 것에 동의한다. 새로운 영화라는 인상이 어디서 파생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바벨은 쓰리 디가 들어간 에세이 필름이었고 일단락 향후 미디어 작업 경향에 포문을 열 것만 같았다.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영화계 사람들이 영화의 쇠퇴한 기술적 지지체로 인해 미술로 넘어왔다고 들었다. 김희천, 강정석, 김효재, 등 글에 언급했었던 김지훈 씨도 영화인이니까.

그래, 영화… ‘영화란 무엇인가’는 나 말고도 말하는 사람이 꽤 많아서 괜찮다. 그럼, 미술 비디오는 뭔데?

요즘에는 짭토슈타이얼과 짭희천이 너무 많다. 학생은 물론이고 젊은 작가들까지. 이게 내가 실사 이미지를 찍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반항심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저 미디어 작가의 시각적 언어의 부재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결과다. 오래전부터 쓰리 디와 그래픽이 난무한 텍스트 집약적 영상의 종말을 기다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게 작가니까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겨운 건 여전히 지겹다.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이 미술을 죄다 망치고 있다. UX, AR 미술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알 것 같은데요 (컨템포러리 아트 밈). 덧붙여 에이아이까지. 나의 호불호에 대한 고집이 짙은 것은 인지하고 있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으니, 일종의 백래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망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엇이 미디어 작가들을 최첨단 기술에 미치게 했을까. 아니다, 조금 더 관대하게 작가는 잘못이 없다. 최근에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들의 행정적 절차에 대한 성명서를 봤었는데, 그런 것들이 화날 뿐이지.

내가 무빙이미지에 대해 발화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 글을 이만 끝내야겠다. 다시 첫 단락의 ‘2023년에 언급되는 무빙이미지’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실제로 월요일마다 책상에 앉아서 이 연재를 기다릴 정도로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세상에 모든 것을 내 시각으로 바라보는 오독과 오판의 악습관이 있어서 흥미로운 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단지 편협한 독자일 뿐이다. 이 연재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호들갑에 함연선 씨께 연락을 드린 것 같다. 사실 이 연재의 끝에서 무얼 말할지보다는 n번째 연재에서 끝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