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리알은 스루패스로서의 비평을 지향한다.

축구에서 스루 볼로도 알려져 있는 스루패스는 공격하는 팀의 선수가 상대 팀의 후방에 있는 두 명의 수비수 사이로 또는 수비진의 틈을 “관통하여”, 수비수 뒤편이지만 골키퍼는 접근할 수 없는 열린 공간(open space)으로 보내는 패스이다. 사람에게 패스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으로 패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패스라고도 불린다. 스루패스를 하는 선수가 열려 있는 공간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패스를 하면, 스루패스를 받는 선수는 공이 도착할 공간으로 스프린트 한다. 따라서 스루패스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우선 스루패스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상황적 판단이 필요하고, 또 패스하는 선수와 패스받는 선수가 각각 패스하고 스프린트 하는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패스가 옳은 페이스(right pace), 즉 적절한 "힘"과 "속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비평을 예술 작품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보고자 한다면, 스루패스로서의 비평이라는 은유를 말해봄직하다. 이때 패스를 하는 선수와 패스를 받는 선수는 각각 비평(비평가)과 예술작품(작가)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뒤바뀔 수도 있다. 즉, 비평이 작품에 스루패스를 보낼 수도 있고, 반대로 작품이 비평에 스루패스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스루패스의 중요한 효과는 바로 열려진 공간(open space)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열려진 공간은 기회의 공간이기도한데, 왜냐면 축구 경기에서 뒷공간을 침범당한 수비라인은 질서를 잃고 상대 팀의 공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재능있는 공격수에게 그러한 순간은 골을 넣거나 골에 직접 연관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비평/작품으로부터 스루패스를 받은 작품/비평은 기존의 질서가 잠시 교란된 틈을 타 ‘골’에 준하는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비평이 작품 혹은 작가에게 동적 공간을 만들어주는 스루패스로서 기능하기를 소망하며, 동시에 우리의 비평에 동적 공간을 만들어주는 작품 혹은 작가의 스루패스를 받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 동시대 한국 무빙이미지 리서치를 진행하고 적절한 “힘”과 “속도”를 갖춘 비평을 씀으로써 작품과 비평 그 둘의 선순환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 선순환 운동은 스루패스가 결코 ‘오프사이드(off-side)’가 아니라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상대 팀의 수비수 너머로 우리의 비평자 혹은 창작자가 먼저 도착해 있어선 안 될 거란 뜻이다. 이는 곧 플레이의 안일함, 나아가 윤리와 관련한다. 비평과 예술작품이 서로에게 미리 짜인 싸인을 의례적으로 주고받거나 특정한 영역을 할당 및 점유하는 식에 머문다면, 만약 그리하여 구태의연한 자화자찬만을 벌여놓는 꼴이 된다면, 열린 공간/동적 공간은커녕 그저 닫힘 내지 죽은 공간을 부산해낼 뿐일 테다. 그건 반칙이다. 우리의 플레이는 서로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다. 조기축구회의 친목도모는 더더욱.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실책까지도 용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봐주기가 아닌, 다음 전략 수립을 위한 현재의 냉철한 진단으로서. 때로는 누군가 우리를 향해 야유를 퍼붓거나 심지어는 내기를 걸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에 덩달아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테다. 대신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바로 그 움직이는 공간 안에서 말이다. 골을 넣지 않고 싶은 플레이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반칙을 해선 안 되듯, 마찬가지로 공들인 실책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실책해도 된다. 어쩌면 매번 그럴지도 모른다. 다만, 위로와 격려 따위로 송별하지 말자. 자책과 타책으로 소격하지 않으며, 옳은 페이스의 근육을 기르는, 공책(共同責)의 백지(百智)를 써 내려가자.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다시 한번, 우리는 ‘플레이어’다. 코치도, 감독도, 캐스터도, 해설위원도, 훌리건도, 더군다나 오이디푸스도 조기축구회 회원도 아닌 플레이어. (2020년 3월 증보)









*”The through pass in soccer, also known as the soccer through ball, is a pass sent between two back defenders, or “through” a gap in the defense, into open space behind the defenders and out of the reach of the goalkeeper.   The pass is directed to a teammate who, after first being careful to be in an onside position at the moment the ball is passed, sprints to receive the ball in the open space.  Successful execution of the through pass requires recognition that the opportunity for the pass is available, that the passer and the receiver time the pass and the run properly, and that the pass has just the right pace (“weight” or “speed”) to be effectively intersected by the receiver.” 
(https://coachingamericansoccer.com/intermediate-soccer-skills/intermediate-passing-the-through-pass/에서 한역하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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