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비평의 제목인 “우리 걸어다니게”는 이희단 작가의 작품인 〈UwU-digress〉의 내레이션의 일부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희단 작가의 〈JUICY PARTS〉와 〈UwU-digress〉는 화이트 노이즈에서 열린 전시 《Trajectorial Lungs》를 이루는 영상 설치 작품들이다. 큰 스크린 프로젝터로 투사되는 〈UwU digress〉는 주인공 화이트와 테일러, 두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대화로 시작된다. 화이트는 테일러에게 이 세계가 지긋지긋하다고,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이 세계가 전부 가짜라고 말하며, 이 세계로부터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 다음으로 잠깐의 실사 영상으로 차들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나온다. 그 다음 영상은 “LoL”, “T_T”, “WTF” 등의 기표들이 의인화된 것 같은 캐릭터들이 “UwU”의 실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이 일에 대해 상부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식의 결정을 하고 “정신연결”을 통해 이동하는데, 여기서 다른 채널에서 나오고 있던 캐릭터들과 만난다. 상부의 캐릭터들은 UwU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자주 이용되는 이모티콘이었던 UwU가 언어 이미지의 흔적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그렇지만 LoL이 그 흔적들을 추적하는 여정을 떠났다는 설명을 한다. 이 내레이션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UwU와 연관된 여러 디지털 이미지가 드러나고, 그 와중에 전시장을 매핑(mapping)한 이미지도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LoL이 UwU를 결국 찾게 되는데, 실사 이미지의 인물로 등장하며, UwU는 화이트라고 불린다. 또 LoL은 테일러라고 불린다. 둘은 “무엇이 가짜가 아닌 진짜일 수 있는지”, 또 “선택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철학적 토론이라 요약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영상은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동안 바로 옆의 〈JUICY PARTS〉에서는 블러디 걸, 블론드 걸, 레드 걸, 고져스 걸, 등의 여성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인류와 역사의 절멸에 관한 대화를 하는 영상이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다.
나에게 이 영상 작품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지점으로 여겨졌던 것은, 기표가 의인화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 혹은 작품의 크레디트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하나의 기표를 하나의 인물이 담당한다는 점, 그리고 모두 여성으로 보이며 또한 “…girl”이라 이름 붙여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가 (퀴어) 커뮤니티에서 오고 가는 정체성에 대한 대화와 겹쳐져 느껴졌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두 흥미로운 지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Trajectorial Lungs》의 전시 전경, 촬영 박승만, 화이트 노이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