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에도 존(Jon W.)이라는 신원불명자가 운영하는 ‘레어필름(rarefilmm)’이 사이트에 관해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에 한글로 쓰인 글이 있다. 허애리, 「2010년대의 풍경 (1): 온라인 필름아카이브와 영화학과 학부생 – 온라인 필름 아카이브 ‘레어필름‘」,『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315호(2019). 해당 신문은 다음 주소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이 외에도 레어필름을 운영하는 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칼린 보토가 쓴 다음 글에서도 서술된 바 있다. Calin Boto, ”Notes on Pirates I”, Revista Arta, 2020-09-20.이라는 사이트라든지, 지금은 사라진 페이스북의 ‘La Loupe’라는 비공개 그룹 같은 해적들의 여러 정박지가 있다. 하지만 해적들의 도시 중에서 가장 전설적인 플랫폼은 ‘카라가르가(Karagarga)’일 것이다. 카라가르가는 비공개 트래커(private tracker) 사이트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초대장이 필요하며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공개 토렌트 사이트이다. 이러한 비공개 트래커들은 까다로운 가입 절차 때문에 아이피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망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저작권 피난처로 사용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의 어떤 자료의 최초 배포는 비공개 트래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간의 밀수꾼이나 도매상이라고 할 만한 이들이 최초 배포된 자료를 공개된 토렌트 사이트나, 앞서 말한 디스코드나 텔레그램, 또는 유튜브나 씨네스트, 웹하드 등으로 밀수하는 것이 해적질 네트워크의 대략적인 구조이다. 카라가르가와 유사한 비공개 트래커 사이트들은 가입 시에 초대장이 필요하고, 사이트마다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것들도 있다. 토렌트를 다 받은 후에도 바로 지우지 않고 최소 며칠간은 시드를 유지해야 한다든가, 다운로드한 만큼 적당한 양을 업로드해야 된다든가비공개 트래커에서 다운로드한 만큼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내줘야 한다는 것은 비공개 트래커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비공개 트래커에서 반드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일’을 업로드 할 필요는 없다. 토렌트는 특성상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적당한 토렌트들을 다운로드만 해도 시드 유지를 통해서 업로드를 올릴 수 있다. 하는 규칙을 예로 들 수 있다.
카라가르가가 국내에서 유명해진 것은, 유운성 평론가가 「밀수꾼의 노래」에서 지나가듯이 서술한 어떤 대목 때문일 것이다. 그 글에 쓰여있듯, 영국의 영화잡지『사이트 앤 사운드』의 연말 설문에서 브래드 스티븐스라는 평론가는 2010년에 카라가르가에서 나루세 미키오의 현존하는 67편의 작품 중에 59편의 영어 자막을 제작해서 배포한 일을 가지고, 이를 그해의 사건으로 꼽기도 했다. Brad Stevens, “2010 in review: The full poll”, Sight & Sound, 2010.
2010년 당시에는 67편 중 59편이라고 했지만, 현재는 나루세 미키오의 67편 전작의 영어 자막이 만들어졌다. 카라가르가는 씨네스트보다도 자막 포럼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세계 각국의 영화들의 영어 자막 팬섭(fansub: 팬이 만든 자막)이 거의 하루에 한 편 이상의 꼴로 만들어지고 있다.
카라가르가 외에도 여타 영화 관련 비공개 트래커는 ‘PassThePopcorn’, ‘Cinemageddon’, ‘Cinematik’, ‘Secret-Cinema’, ‘Cinemaz, Avistaz’ 등이 있다. 비공개 트래커들은 가장 흔한 자료가 올라오는 곳부터, 아주 독점적인 자료들이 올라오는 곳까지 등급이 어느 정도 나뉘는데, 카라가르가 같은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카라가르가는 운영자나 VIP들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해 들어가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최상위 계층의 트래커로 유명하다. 2015년 이전에는 들어오는 것이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2015년 이후 어떤 사람이 저작권 트롤 사건을 일으킨 후로 가입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여타 비공개 트래커들은 주기적으로 일반 유저들에게도 초대장을 배포하거나 공개 가입을 받기도 하는데, 카라가르가 같은 경우에는 일반 유저들에게는 거의 몇 년에 한 번 정도의 꼴로 드물게 초대장을 배포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굉장히 까다롭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찾아다니는 와중에 카라가르가의 VIP 중 한 명인 일본의 호러영화를 연구하는 어떤 연구자와 친분이 생겨, 그분에게 어떤 일본 호러영화의 영어 자막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운 좋게 초대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이트에는 영화 연구자, 비평가,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도 다수가 활동 중인데, 가령, 국내에도 번역된『존 포드』의 저자 태그 갤러거도 카라가르가의 열성적인 회원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존 포드』의 프랑스어 판본을 카라가르가에 업로드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희귀한 필름들을 스캔한 후 DVD로 변환해 올리기도 한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16mm 필름들을 여러 영화제들에 대여해 그걸로 돈을 벌기도 한 인물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 과연 프로페셔널한 밀수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취향이 확고한 그는 주로 60년대 이전의 고전기 할리우드 영화들을 주로 받아가는데, 그가 받아간 영화들을 나란히 감상하는 것도 썩 괜찮은 영화 감상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