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전시 «아트스펙트럼»에서 공개될 신작‹네임리스 신드롬›과‹제자리 비행›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차재민 작가와 나눈 대화입니다.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를 통해 17일 동안 질문과 답신을 주고 받았습니다. 두 편의 영상 작업을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차재민 작가의 생각들, 작업 현장의 순간들을 살펴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2/01/07 10:10:00
🐯 : ʚဝိူɞ …이 특수문자가‹제자리 비행›(2022)이랑 조금 닮은 것 같아서 인터뷰의 제목을 이렇게 붙여 보았어요. 어떤가요?
🐌 : 오. 마음에 쏙 들어요. 반지로 만들어 끼워 보고 싶네요. 반지 좋아해요.
🐯: 💍 (희희) 그리고 작가님께서 촬영 현장에서부터 협업을 진행하시는 동안 애칭(?)을 얻었다고 하셨는데, DJ Arexibo님이 붙여주신 “핑핑이(🐌)”를 잠깐 초대해볼까 해요.
🐌: DJ Arexibo, 퍼포머로 등장했던 김지우 씨와 저, 이렇게 셋이서‹아렉시보의 방과 후 음악교실›이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만들어 작업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눠왔어요. 두 사람이 스폰지밥과 뚱이이고, 저는 그들의 애완달팽이라서 “핑핑이”라는 애칭을 얻었어요!‹제자리 비행›은 저에게 새로운 시도였고,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작업을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그런 저에게 두 사람은 사려 깊은 관심과 대화를 나눠 줬어요.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 작업이 싹튼다는 걸,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는데요.‹제자리 비행›은 모두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협업은 아니었지만, 미술하기를 중심에 두고 나누는 수다, 농담, 새로운 시도, 의심, 레퍼런스 나누기 등 이 모든 게 짜릿하고 재밌는 시간이라는 걸 다시 기억하게 했어요. ‘작업하기’를 다시 사랑하게 된 시기였달까요.
🐯: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군가와 함께함으로써 생겨나는 것들이 작업의 먼지 같은 무언가를 이루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딘가에 묻어있기도 하고, 뭉쳐진 채 덩어리를 이루기도 하고, 텁텁한 입과 콜록거리는 기침같이 스쳐 지나가지만 미약하게나마 걸리적거리는 듯한 존재감을 가지는 것들?
🐌님의 영상들은, 현실의 것을 렌즈로 바라보고 담아내는 기조로 이루어지는데 몇 장면들은 “마치 ‘영화적인’ 연출”처럼 느껴지다가도 더 들여다보면 (‘영화적인’이라는 단어가 모호한데… ‘영화감독처럼’ 짜여진 시나리오와 콘티를 토대로 영화 문법을 사용하며 이미지의 구도, 요소, 색조를 만든다기보다는) 어떤 상황 속에서 세심한 관찰을 토대로 카메라가 예민하게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얽혀 있어요. 그렇기에 관찰과 리서치 과정을 거쳐 카메라를 들기까지의 구상이 늘 궁금했어요. 물론 작업마다 ‘연출’의 스펙트럼과 특징이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요!
🐌: ‘영화적인’, ‘사회적인’, ‘시적인’… 이런 표현들은 계속 부연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의하면 안 될 것 같은.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은. 말씀하신 대로 제 작업은 주제나 연출방식이 작업마다 달라졌는데요. 매번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는 것 자체로 작업의 구조가 달라지는 까닭이에요. 저 자신이 무언가로, 어딘가로 다가가 보려고 하고, 그 무언가, 어딘가에 따라 달라지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관찰하고 있는 그 ‘상태’에 준하는 작업을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어려운 것은 어렵게, 부서지는 것은 부서지게, 불편한 것은 불편하게. 축소하거나 과장하지 않기, 이 두 가지 태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곤 해요.
🐯: “무언가, 어딘가로 다가간다”는 답변을 듣고 보니 창작자가 취하는 태도가 작업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대해 곱씹게 되네요.‹네임리스 신드롬›(2022)에서도 의료 행위의 상황을, 검사실 안과 밖을 나누는 유리 위에 피검사자와 검사자의 몸과 얼굴이 비쳐 겹쳐진 표면으로 담아내는 씬에서도 섬세한 관찰이 느껴졌어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검사 현장을 찍는다’라고 마음먹었을 때, 화면 구도 속에 피검사자와 검사자, 그리고 검사실이라는 공간이라는 요소만 가지고 단순하게 촬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짐작건대 촬영이 이루어질 공간, 그 안의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컷의 구도를 세심하게 준비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걸 비롯해 많은 여건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되어요. 촬영의 순간에 진입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 관찰의 방식, 조사 관찰을 토대로 쇼트를 고안하실 때의 아이디어도 궁금하고 촬영 계획을 어떻게 설계하셨는지, 선택하신 방법들의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