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버전과 관련해 또 하나의 특기할 만한 사례로는 필름 아키비스트인 마크 토스카노의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이 있다. https://www.instagram.com/preservationinsanity/ 토스카노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간간히 그가 직접 집에 있는 영사기로 여러 희귀한 16mm 필름을 상영하는 것을 캠으로 찍은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해당 방송에서는 로버트 브리어나 바바라 해머나 칙 스트랜드 같은 실험영화 감독들의 작품 중에 디지털로 감상할 수 없는 수많은 희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다. (토스카노에 의하면 모든 상영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는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영화의 디지털화는 되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상업적인 2차 매체(DVD, 블루레이, VOD, 스트리밍 등)로 출시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런 작품들은 배용균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처럼 기관의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거나, 혹은 감독들이 개인적으로 작품을 소유하거나 하여 스크리너 링크나 상업용이 아닌 감상용 DVD와 같은 형태로 돌아다니게 된다. 일찍이 스벤 뤼티켄은 「감상용 사본」이라는 글에서 이런 종류의 (주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가’들에게 제공되는) 감상용 사본을 이론적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이 글의 구도에 새로 개입되는 것은, 이런 감상용 사본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시네필들의 등장이다. 이와 같은 성배 영화의 감상용 사본을 찾아다니는 시네필들은 기관에 금액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연구자의 신분으로 접근해 사본을 받아내거나, (실제로 이 네트워크는 여러 기관들의 프로그래머, 비평가, 연구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아니면 최후의 수단으로는 기관의 아카이브에 직접 찾아가서 밀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러한 작품들을 찾아다닌다.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손쉽게 이런 종류의 성배 영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 웬만한 감독들은 상업적인 배급 경로가 없는 작품의 경우에, 요청을 받으면 대부분 상영 링크(주로 비메오나 유튜브)를 친절히 보내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배를 찾는 해적들이 평소에 하는 일은 감독들의 연락처를 검색해 찾아내고, 이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래머들이 평상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많은 수의 성배들이 캠버전처럼 불법적인 지위에 있거나, 감상용 사본처럼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교환하는 네트워크는 굉장히 폐쇄적인 경향을 띄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들을 교환하는 네트워크 사이에서는 신용이 매우 중요한데―어떤 영화를 교환하거나 공유할 때 이들이 항상 덧붙이는 말은 절대로 영화를 다른 곳에 공유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기에 ‘물론이지’라고 대답한다―여기에는 여러 아카이브들의 비밀유지계약(NDA)과 같은 게이트키핑 문화가 얽혀있기도 하다. 또한, 어떤 영화가 단순히 성배의 지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네트워크 내에서의 게이트키핑을 통해 아우라를 보존한다. 감독도 아닌 이들이 어떤 작품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 가끔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딘가에 항상 균열은 있어왔고, 그러한 균열을 통해 작품이 유출되는 것은 모든 성배들의 생애 주기이다. 필 솔로몬의 ‹시크릿 가든›과 같은 작품은 2019년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성배 목록에 올라와 있었지만, 지금은 카피가 널리 퍼져 누구나 유튜브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