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보자. 우리가 이 세계의 풍경을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관조할 수 있을까? 시선 닿는 곳 어디든 비보와 속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수면의 변화나 매시간 상승하는 기온, 심해와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 역시 전부 우리 탓인 것만 같다. 전 지구적 재난에 연루된 기분이 들 때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머리 위의 둥그런 달뿐이다. 그 일관된 모양과 변화하는 양상만은 우리 책임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브뤼노 라투르, 『나는 어디에 있는가? 코로나 사태와 격리가 지구생활자들에게 주는 교훈』, 김예령 옮김(서울: 이음, 2021), 12. 그러나 달을 계속 보아도 우리의 발은 여전히 지구에 있다. 눈을 감으면 이어지는 질문들이 메아리처럼 몸에 부딪힌다.
온라인 전시 «힌터랜드»는 대답을 삼키는 대신 수심 2,413m의 심해로 질문을 가지고 가 묻는다.«힌터랜드»에 접속하고 싶다면 클릭하라. 심해의 한가운데에서 눈을 뜬 관객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가라앉는다.(이미지 1) 자신도 모르게 중앙의 눈동자를 통과하면 ‘메타버스 홀로그램 & 발굴된 데이터-화석’을 뜻하는 낯선 형상의 언어가 관객을 반긴다. 공간의 중앙에는 홀로그램이 건축적인 지형도를 보여주는데 이는 오래된 데이터가 남긴 터전으로 인류의 역사를 추적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발견한 화석을 자랑스럽게 선보이는 전시의 기획 주체는 25세기 인류로, 데이터-화석을 발굴한 그들은 23세기 인류의 삶과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관객을 초청한다. 로비에서 뻗어나가면 이동할 수 있는 환경관, 삶과 노동관, 해양생활관 등 각각의 관에는 25세기에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도 설치되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