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 2020
2020년 7월 25일
동시대 독립영화 매체와 비평



        ‘포스트'의 변화들

영화의 베이스캠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특히 극장개봉을 통한 ‘티켓파워’를 기대하기 힘든 독립영화 영역에서 이는 더욱 뚜렷하고 단일한 흐름이 되었다. 독립영화 배급사들은 OTT 열풍에 발맞추어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 단편영화를 대량으로 공급/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오프라인 극장에서도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창구 자체는 외려 넓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좌석판매율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하면서 개봉 예정이던 대작 상업영화들이 일제히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갑자기 선심이라도 쓰듯이 빈 자리에 “다양성 영화”들을 고르게 채워넣어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비멀티플렉스 상영관에 한해 부금 집행이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내 놓고, 지난 15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독립영화예술전용관 통합예매사이트인 ‘인디앤아트’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차례로 런칭했다. 독립영화를 발굴하여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히든픽쳐스’사업도 작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다. 독립 장·단편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창구였던 영화제들이 줄취소되면서 영화제의 기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화했고,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하고자 하는 관 주도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더 쉬운 방법으로 더 많은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고, 또 더 많은 담론을 만들고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공이 열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화비평 일반의 자리를 말하자면, 그 자리는 흩어지고 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더 멀리 흩어지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경향이다. 직업 비평가를 포함한 모든 시네필 각자가 트위터, 왓챠피디아, 유튜브,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블로그 스팟, 티스토리 같은 플랫폼들에서 자신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이제는 필자 개인으로부터 독자 개인에게 은밀히 전달되는 비평 메일링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러나 채널들을 묶어 분류할 수 있는 범주는 더이상 플랫폼이나 단일 매체 단위가 아니다. 개인의 ask.fm에서 시작된 논쟁은 트위터에서 이어진다. 트위터에서 브런치로 넘어가 못다한 논쟁을 벌인다. 이렇게 촉발된 토픽은 유튜브 댓글창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논의는 모종의 정리를 거쳐 영화 매거진의 지면에 실릴 수도 있다. 이렇게 출판된 글이 다시 미러 블로그나 온라인 플랫폼에 포스팅되고, 포스트는 bit.ly(비틀리)로 축약되어 다시 트위터에 던져진다. 따라서 지금의 비평담론은 특정 플랫폼에 특별히 의지하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망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구원 비평

인터넷 보급 및 확산에 뒤이어 진행된 영화 비평의 흩어짐에 대해, 어떤 이들은 ‘영화 비평이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다’라고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한해서 비평은 여전히 전통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종의 ‘구원 비평’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상영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하는 독립영화들은 비평을 통해 소개되고, 최소한이나마 주목을 받는다.

한국 독립영화계에 독립영화 비평이 실리는 매체라고 한다면,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독립영화⟫가 있다. ⟪독립영화⟫의 독자로서 항상 주의깊게 보는 부분은  에디토리얼 바로 뒤에 위치하는 특집 코너다. 비록 1년에 한 번 정도 발간되는 잡지이지만, 동시대 독립영화에 대한 현안들을 매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다. 허나 장르론/작가론/작품론으로 나뉜 분류에 속하는 글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웹진의 영역으로 가면 언급할 수 있는 매체는 조금 더 넓어진다. 영화전문웹진 《리버스》와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그리고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에서 만든 웹진 《퍼줌》 등이 있다. 《리버스》의 경우 현재 대략 2,000자 내외 분량의 짧은 리뷰 형식의 글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영화제와 연계하여 상영작들을 비평하거나 인터뷰를 기획하는 부분들도 눈에 띈다. 《ACT!》에는 거의 매 호마다 독립영화에 대한 리뷰가 실리는데 비평가 뿐만 아니라, 영화 애호가, 활동가, 감독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한다.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이라는 수식에 맞게 영화 리뷰 뿐 아니라 상영 활동이나 국내외 미디어 운동, 독립영화 제작기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퍼줌》은 여성영화에 대한 글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퍼플레이에서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작품들과 연계된 리뷰∙비평∙인터뷰가 많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이러한 연계는 독립영화의 배급 및 관객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구원 비평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 GV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구두 비평’ 역시 독립영화계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유명 평론가가 진행하는 GV가 포함된 상영 회차는 모객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년 인디포럼에서 주최한 토론회 “모두를 위한 각자의 영화제”에서 최이다 감독이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제 GV”와 더불어 영화 개봉 뒤 진행되는 이벤트성 GV 등이 독립영화계에 생산적인 논의를 끌어낸 적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평론가는 최근에 자신이 충분한 별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영화의 GV만 참여한다고 “해명”했으나, 감독 및 배우를 눈 앞에 두고 진행되는 GV라는 형식의 ‘구두 비평’이 작품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사실 매우 어려워보인다. 외려 GV는 전시 서문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일반적인 전시 서문과 달리 “전시가 끝난 후에야 읽을 수 있는” 전시 서문이 되겠지만 말이다.

마찬가지의 우려가 온/오프라인의 문자 비평에도 적용된다. 작품과 비평 간의 거리가 부족하다. 독립 다큐멘터리 비평은 작품의 소재에 대해 줄줄이 설명하다가 끝이나고, 독립 극영화 비평은 장면에 딱 붙어있는 설명과 묘사로 채워져 있곤 하다. 이런 비평은 업계 내부에서는 작품을 종종 ‘구원’할 지 몰라도, 업계 외부로까지 끌고 나가진 못한다. 독립영화의 ‘독립'은 스스로를 게토화하기 위한 독립이 아니다. 그것이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거대한 자폐의 세계에 갇힐 때, ‘독립’이란 말 뒤에 붙은 온갖 명사들은 한갓 소모임적인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외부로의 야심이 부족한 것, 때론 전무한 것, 그것이 오늘날 한국 독립영화 비평이 당면한 제일(第一)의 문제다.


        어떻게 자생할 것인가?

다시 독립영화의 자생이라는 문제로 돌아와 발제를 마무리하려 한다. 동시에 독립영화에 대한 비평의 자생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변모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독립영화는 마찬가지로 일련의 변화를 겪고 있다. 한편 이는 발제문의 첫머리에서 짚었듯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난다”는 목적, 즉 배급과 상영 그리고 마케팅의 차원에서는 독립영화에 불리하지만은 않다. 독립영화는 온라인의 넓은 배급망과 자유로운 상영시간, 그리고 시국에 부응하는 여러 지원책을 활용해 얼마든지 자생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심쩍음이 남는다면, 그런 자생이 우리가 바라던 자생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독립영화가 마주한 가능성의 공간이란 어디까지나 시장적 관점에 근거해 있다. 상품 혹은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추상화된 독립영화가 있을 뿐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부단히 소환하려 하는 바로 그 “독립영화”에까지 가능성이 부여되는지는 미지수다.

그럼 이제 자생의 문제는 “어떻게” 자생할 것인지를 물으며 재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또 다시 우리의 오랜 숙원을 대면하게끔 한다. 독립영화의 ‘독립’은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가. 자생의 방법론은 바로 그 ‘독립’의 태도와 입장, 정신의 규명과 함께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부하고 지겹게 느껴진다고 해도 말이다. 제도/검열로부터의 독립, 기존 영화 미학으로부터의 독립, 경제적 독립 등 그동안 독립영화계는 나름의 대답을 내놓고자 꾸준히 노력했다. 하지만 마땅히 결론이랄 것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설상 그랬다손치더라도, 그 결론은 전방위적 설득과 실천의 단계로 접어들지 못했다고 본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아카데미의 정례적인 극 생산을 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며, 혹은 그것들을 독립영화의 범주에서 일찌감치 제외시켰을 테다. 학생영화 또는 저예산 영화와 구별되는 독립영화의 비전을 확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상례적” 대응이 기획되지 않고서야 우리는 어디까지나 반쪽짜리 자생만을 구가할 뿐이다. 차라리 연명에 가깝다.

가히 ‘포스트’의 시대이긴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위와 같이 가장 오래된 질문조차 포스트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따라서 우리에겐 ‘지나가기(post)’ 혹은 ‘흩어지기’ 보다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독립영화와 여타 영화 사이의 거리두기, 그리고 독립영화와 비평 사이의 거리두기. 아울러 이 자리가 그에 대한 지속적인 실천 방안을 강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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