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Critic
정전에 속하기, 정전 밖에 있기: 사프디 형제의 방법

이하윤



사프디 형제의 영화 만들기에는 캐릭터 연구가 선행한다. 형제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린 첫 장편 〈키다리 아빠〉(2010)를 시작으로 사프디 형제가 연출하는 영화에 공동 각본/편집으로 협업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로널드 브론스타인은 형제와의 영화 만들기가 “캐릭터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잘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는 비전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와 전문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 비전문 배우가 주인공인 경우를 보면 ‘섭외한 사람과 각본을 함께 쓰거나(〈키다리 아빠〉)’, ‘섭외할 사람에게 자서전을 쓰라고 감독이 직접 권유하여 그 결과물을 각색(〈아무도 모른다〉(2014))’했다. 〈키다리 아빠〉에서는 미리 어느 정도 구상해 두었던 감독의 자전적 서사 내에서, 캐릭터 안에 배우의 성격이나 직업 등의 실재적 요소를 뒤섞고, 배우와 함께 각본을 썼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중심인물을 연기할 배우의 경험담을 각색하고 다시 본인 역할을 본인이 연기하게 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캐릭터와 배우를 뒤섞은 일종의 연속체로서) ‘캐릭터-배우의 실재적 요소는 내용을 결정한다’라는 전제가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패틴슨으로부터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되었든 당신들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라는 이메일을 받았을 당시 사프디 형제는 〈언컷 젬스〉(2019)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형제의 생각엔 “다이아몬드 구역에 관한 영화에서는 그가 맡을 역할이 없었”다. 로버트 패틴슨이 형제에게 이메일을 보낸 시기는 그가 하이틴 뱀파이어 히어로로 출연해 명성을 얻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열풍이 채 가시지 않은 때였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히어로’ 영화를 그만 찍고 싶었던 로버트 패틴슨은 〈아무도 모른다〉의 스틸 사진을 보고 형제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그런데 사실 〈굿타임〉의 주인공 ‘코니’ 캐릭터에는 ‘히어로 영화를 그만 찍고 싶었던 로버트 패틴슨의 바람’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안티히어로로서), 로버트 패틴슨의 실제 성격이나 직업 등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다만, 사프디 형제가 로버트 패틴슨과의 첫 만남에서 그로부터 받은 인상은 “마치 쫓기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비밀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이 첫인상은 형제에게 “장르를, 저 속도를 한 번 배워볼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로버트 패틴슨이 영화 제작사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스타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생각이기도 한데, 그전까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작업하는 것이 어떤 진실성을 제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르 영화 제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프디 형제는 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실재의 다른 요소를 보았다. 여기에서 ‘캐릭터-배우의 실재적 요소는 내용만이 아니라 영화의 형식을 결정하고 더 나아가 상위의 제작 조건까지도 결정한다’라는 두 번째 전제가 만들어졌다. 이것을 전제 조건이라 하기에는 영화 제작 과정의 ‘개발’ 단계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결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프디 형제의 방법적 접근은 ‘캐릭터-배우로부터 영화의 내용과 형식과 제작 조건을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차원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형제는 비전문 배우의 섭외도 (관람자의 차원이 아니라 감독의 선택 차원에서) 일종의 타입캐스팅으로 사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타입캐스팅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하나의 텍스트를 초과하는) 이미지라면, 거리에서 우연히 섭외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인상이 곧 거리영화라는 형식을 결정한 것이다.
        사프디 형제의 말에 의하면 “주인공 역할에 아담 샌들러를 섭외하겠다고 결정했던 순간부터 〈언컷 젬스〉의 세계는 상업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가 될 것을 알았다”고 한다. 사프디 형제는 섭외 대상이 바뀔 때마다 초안을 전면 수정하는데, 예를 들어 배우 ‘조나 힐’ 버전의 각본은 어떻게 해도 상업 영화로 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키다리 아빠〉를 끝낸 직후인 2008년부터 완성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이 프로젝트는 맨해튼 다이아몬드 구역에서 보석 밀수업자이자 판매자로 일했던 형제의 아버지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 〈언컷 젬스〉는 구상 단계부터 형제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크게 반영된 작품이다. 사프디 형제는 먼저 유대인 스테레오타입의 인물을 구상했다. 보석과 유대인이라는 관계항만 보더라도 작품의 주인공인 ‘하워드’는 전형성을 따르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언컷 젬스〉에서 극 중 사건의 중심이 되는 ‘하워드’의 ‘블랙 오팔’은 〈호빗〉에서 난쟁이 왕 ‘소린’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아르켄스톤’ 같은 것이다. (‘하워드’가 ‘블랙 오팔’을 가리키며 “미친 중간계 물건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워드’를 연기한 아담 샌들러는 전형적인 유대인 유머로 명성을 얻은 배우다. ‘하워드’ 역할에 아담 샌들러를 섭외한 것은 완전한 타입캐스팅의 산물이다. ‘하워드’ 캐릭터에는 20세기 코미디 영화에서 자신이 곧 장르가 된 배우 아담 샌들러와, NBA 광팬이자 맨해튼의 유명인사인 (이 구역의 미친 유대인인) 실제 아담 샌들러가 뒤섞여 있다.
        다시 ‘캐릭터-배우의 실재적 요소는 내용을 결정한다’라는 첫 번째 전제로 돌아가 보면, 각본가가 곧 중심인물이었던 〈키다리 아빠〉나 배우가 자신의 자전적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에서 본인을 연기했던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이러한 전제가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었다. 이것이 허구와 실재를 뒤섞어 단일한 허구적 서사의 재현으로부터―완전한 감독의 창작물이라 여겨지는 오리지널 스토리도 결국 각본으로 옮겨 놓으면 각본가 머릿속에 있는 스토리의 재현이 된다―거리 두기 위한 방법적 접근이었다면, 〈굿타임〉과 〈언컷 젬스〉의 경우, 어떤 방법을 통해 재현을 비껴갈 수 있었을까? 어느 모로 보나 〈굿타임〉과 〈언컷 젬스〉의 내용에서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실제 삶이 연상되지는 않는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 속 중심인물들은 소위 후츠파(chutzpah)가 있는 인물들이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용감함, 대담함, 뻔뻔함 등을 이르는 가치 중립적인 말이다. 무모하지만 겁이 없고 사회적 기준이나 상식과 관계없이 한번 결정한 것은 반드시 하고 마는 사람들에게 유대인들은 후츠파가 있다고 말한다. 형제는 처음에는 단순히 후츠파가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사가 후츠파가 있는 인물의 선택에 의해서 상황이 전개되는, 즉 후츠파가 있는 사람들이 스토리를 끌고 가는 방식에 대한 흥미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굿타임〉과 〈언컷 젬스〉의 중심인물들의 행동에서는 일관되게 관찰되는 법칙이 있다. 결정의 순간에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을 단일한 문장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각본가가 쓰는 상황에 인물이 이미 내려놓은 선택이 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생을 구한다(〈굿타임〉)’, ‘돈을 건다(〈언컷 젬스〉)’. 이러한 일종의 지시문은 선택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한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가 종종 우발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상황을 서술하더라도 지시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인물로부터 영화 만들기를 시작하는 것은 사프디 형제의 작업에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통제 요소가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프디 형제의 영화 만들기에서 ‘캐릭터-배우의 실재적 요소가 내용만이 아니라 영화의 형식을 결정하고 더 나아가 상위의 제작 조건까지도 결정’하는 것이라면―감독의 선택은 캐릭터-배우로부터 제작 방식과 영화의 스타일을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차원에 있으므로 이는 제작 과정에서 감독의 자율성을 통제하는 법칙이 된다―후츠파가 있는 인물에 관한 선행된 캐릭터 연구로부터 도출된 인물의 일관된 선택의 패턴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각본가의 자율성을 통제하는 법칙이 된다. 이렇게 지시문으로 각본가의 자율성이 통제되면 상대적으로 이야기의 자율성이 확보된다. 즉 각본가와 각본의 주종관계가 바뀌는 것이다(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물론 인물로부터 지시문이 도출된 시점에서 각본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의 결말이 예측 가능하지만 동시에 인물이 선택을 내리는 순간에 정해진 법칙을 지켜야 하므로 결과물은 각본가의 머릿속 A가 아니라 A'가 된다. 이는 재현에서 거리를 두는 방법이 된다.
        〈굿타임〉과 〈언컷 젬스〉에는 극 중에서 주인공의 주변 상황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연이 등장한다. 〈굿타임〉에서는 비전문 배우가 그러한 역할을 맡았다. ‘코니’가 동생 ‘닉’으로 착각해서 구출하는 캐릭터 ‘레니’는 사프디 형제의 친구인 ‘버디 듀레스’가 연기했고, 극에 그의 실제 경험담이 반영되었다. 〈언컷 젬스〉에서는 NBA 선수 ‘케빈 가넷’이 자기 자신을 연기했다. 또한 극중에서 ‘하워드’가 베팅하고 중계되는 경기는 실제로 케빈 가넷이 출전했던 2012년 보스턴 셀틱스의 경기이다. (실제 경기 푸티지를 사용했다.) 때문에 극 중 시간 배경도 2012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언컷 젬스〉의 준비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일 중 하나는 실제 NBA 선수의 섭외였다. 이는 형제에게 계속해서 초안을 다시 쓰도록 만들었다. 형제는 어느 지역 선수인지까지 따져가며 선수를 물색했고 과정이 길어지자 주변에서는 그냥 전문 배우를 쓰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버전의 각본 중에서 코비 브라이언트 버전만 소개해보자면, 그의 버전에서는 ‘하워드’가 극 중 그의 첫 번째 베팅에서 바로 갱생한다고 한다. (케빈 가넷이 전설적인 파워포워드라면, 코비 브라이언트는 어디에서 슛을 쏴도 들어가는 전설적인 슈팅가드다.) 〈언컷 젬스〉는 완전한 초안만 160개 버전이 있다고 한다.
        사프디 형제가 사전/사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면 사실상 알아차리지 못할, 작가 머릿속의 단일한 재현으로부터 거리 두는 방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에 간단히 언급하겠지만 재현으로부터 거리 두기 위한 방법은 개발 단계와 프리-프로덕션 단계뿐만 아니라 촬영과 포스트-프로덕션 단계에도 세부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지금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과거/현재의 영화들과, 과거/현재에 영화를 제작하는 방법들과,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도 및 목적과,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에 맥락을 제공하는 당대의 담론까지도 영화에 내재되어 있음을 수긍하는 것이다. (넘어서거나 거부하려는 시도도 내재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끊임없이 재현과 거리 두려는 사프디 형제의 영화는, 혹은 가장 최근의 작업인 〈언컷 젬스〉는 무엇의 재현/재연인가? 사프디 형제의 영화는, 과거와 현재의 영화들과 방법과 의도와 맥락을 제공하는 담론까지도 내포하는 개념으로서의 ‘시네마’를 갱신해내려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사프디 형제는 영화 작가의 행위―분명한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생각과 선택, 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의지적인 언행, 윤리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는―의 차원을 재고안하고 그를 통해 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재규정한다. 1) 캐릭터를 연구하되 감독이 선택한 인물을 그대로 구현하여 캐릭터가 감독의 대리인이 되지 않도록 캐릭터 안에 배우의 실재적 요소를 뒤섞고, 2)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배우 연속체의 내적 특성은 작가가 산업에 적극적으로 속해서 영화를 만들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지를 결정하고(사프디 형제의 독창성은 제도적 조건 안에서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조건을 캐릭터-배우로부터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차원에 있다), 3) 캐릭터-배우의 내적 특성이 영화의 형식을 결정하고, 4) 내용을 좌우한다. 여기에서 사프디 형제의 행위는 캐릭터-배우를 자세히 연구하여 그로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결정한 차원에 있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 만들기는 마틴 스콜세지가 언급한 마블 영화가 시네마가 아닌 이유, “끝없는 위협 요소의 제거”와 정반대에 위치한다. 통제하도록 설계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과정의 통제 요소는 우발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마틴 스콜세지가 말한 시네마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 “한 예술가의 독창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영화”의 맥락에서, 사프디 형제의 영화 만들기는 과거의 독창적 비전들을 바탕으로 독창성을 조형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방법이 된다. 이는 사프디 형제의 영화를 할리우드/예술영화를 포함한 정전(들)에 속하게 함과 동시에 정전(들) 밖에 둔다.
        영화 작가(author)에 관해 생각해보자. 주창되었을 당시 작가 정책은 예술 형식으로서 영화의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작가를 중심 개념으로 하여, 영화가 무엇인지 탐구하려 했던 시도였다. 작가정책은 미국영화에 적용되어 제작과정 전반을 통제하는 감독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제도적인 제한 조건 내에서도 개인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감독들의 발굴을 도왔다. 이는 미국의 작가주의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예술영화/할리우드를 포함한 정전(들)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과거에는 작품의 독해를 통해 알게 된 작가가 관람자의 수용과 해석의 차원에 있어, 인터뷰 또는 전기 등을 통해 알게 된 작품 바깥의 작가 개인보다 상대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인해 점차 작가 개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관람자가 작품의 독해로부터 구성해낸 작가와 작가 개인 양쪽을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작품의 독해로부터 구성해낸 작가의 이상화된 이미지로 세워진 만신전은 1970년대 이래로 (사랑했던 만큼 커진) 배신감과 이상화가 뒤범벅된 채로, 정전의 완전한 폐기냐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냐의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영화 창작자의 입장에서, 사프디 형제는 과거/현재의 영화(사)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 내재되어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다. 동시에 정전에 비평적으로 접근하여, 본인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작품으로부터 작가 자신을 강박적으로 뿌리뽑고자 한다. 정전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수밖에 없)지만, 정전을 가능하게 했던 또는 정전의 밑바탕이 된 과거의 작가성(authorship)과 결별함으로써 사프디 형제는 지금의 시점에 있는 작가 자신과 과거의 정전(들) 사이의 거리를 확보해낸다. 사프디 형제의 영화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어떤 사람이 이미 그의 삶 속에 영화의 형식을 내재하고 있다고 보는 점이다. ‘시네마’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정전(들)은 형제의 영화 속 인물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따름이다. 그러한 점에서 어떤 특정 계보에 사프디 형제의 이름을 고정시키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무의미해 보인다. 사프디 형제는 자신들이 작품 내에서 다루는 인물을 작가의 대리자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주체로 대함으로써,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일까?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마치 사프디 형제라는 ‘작가’를 다시 ‘신’의 위치에 두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프디 형제 영화의 ‘처음이자 끝’은 언제나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A가 아니라 A'를 만들기 위한 사프디 형제와 로널드 브론스타인의 협업 방법과, 촬영과 포스트-프로덕션에 관한 몇몇 인터뷰 발췌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프디 형제와 로널드 브론스타인의 협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로널드 브론스타인은 조쉬 사프디와 각본을 공동 집필한다. 2) 조쉬 사프디는 베니 사프디와 공동 연출한다. 3) 베니 사프디는 로널드 브론스타인과 영화를 공동 편집한다. 각 과정에서 나머지 한 명은 두 명의 임시동맹과 논쟁한다.

사프디 형제는 스토리보드를 정말 대충 그린다. 형제의 말에 의하면 “모두 우리의 스토리보드를 보고 웃지만 사실 정말로 도움이 된다”나?
        〈언컷 젬스〉의 촬영을 맡은 (세계적인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사프디 형제와의 작업에 관한 인터뷰에서 “선택의 절반이 나의 소위 촬영의 원칙이라 부르는 것에 반(反)해서 이루어졌다”면서 “하지만 최종 결과물이 어찌나 마음에 들었는지 깜짝 놀랐”고 “내가 직접 촬영했지만 마치 처음 보는 영화 같았다…내가 직접 촬영한 후에도 여러 번 다시 볼 수 있는 첫 번째 영화”라고 말했다. 다리우스 콘지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스타일은 주로 “1970년대의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비주얼”이다. 그러나 〈언컷 젬스〉의 사전 준비 단계에서 사프디 형제가 다리우스 콘지에게 사전에 공유한 컨셉은 그가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고 선호하지도 않는, 80년대 후반의 불쾌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야한 색감의 비주얼”이었다고 한다. 또한 사프디 형제는 다리우스 콘지에게 “마치 무슨 농담인 양,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 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이메일로 대량의 ‘마이클 그레이브스(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의 건축물 사진을 보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이 훌륭했던 사전 준비 과정의 중간쯤 형제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사프디 형제는 배우들이 최대한 촬영 장비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배우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두고 “아주 아주 긴” 줌렌즈를 사용한다.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베니 사프디와 로널드 브론스타인의 편집에 대한 접근 방법은 이렇다. 우선 베니 사프디는 감독이자 편집자이기 때문에 “촬영 과정과 편집 과정을 정신적으로 분리한다. 촬영의 결과물들이 가진 가능성을…과정의 모든 부분을 살리고 싶다면 이전에 결정한 무언가에 붙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로널드 브론스타인 또한 각본가이자 동시에 편집자로서 “선행된 각본의 의도나, 앞서 조립된 무언가에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단지 촬영 당시 개발되고 포착된 그 장면을, 다시 쓰기(rewriting) 시작한다”고 말한다. 사실상 완전히 제로 상태에서 시작하기란 불가능한 일로, 이는 반쯤은 거짓 알리바이가 아닐까? “촬영 과정은 의도를 제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우리가 촬영을 할 때에는 단순히 두 명의 배우가 대화하는 쇼트/리버스 쇼트에도 배경에 ‘모두 마이크를 찬 상태’에서 저마다 대화를 하는 10명 정도의 사람이 있다. 이렇게 배경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은 촬영 과정에서는 감독의 특별한 유도 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편집에 들어가면 두 배우의 대화뿐만 아니라 화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말하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촬영본 안에서 이 모든 것이 매치되는, 음절 사이에 숨통이 트이는 마이크로-비트를 찾아야 한다.” 베니 사프디와 로널드 브론스타인의 편집의 최종 목적은 “이음매 없이, 마치 대도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도 모른다〉 촬영 후 조쉬 사프디는 실제 마약중독문제가 있었던 주연 배우 아리엘 홈즈를 플로리다의 재활 시설에 입소시키기 위해 개인 통장을 정리했다. 또한 영화의 토대가 된 아리엘 홈즈의 자서전 『뉴욕의 미친 사랑』의 출판을 도왔다. (홈즈의 의지로 결국 책은 출판되지 않았다.) 이후 아리엘 홈즈는 L.A.로 넘어가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형제의 영화 만들기에 관한 베니 사프디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우리는 인물과 액션, 또는 내러티브에 대한 이 생각을 결합시키기로 했고 결국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성장은 자연적인 부산물이 되었다…과정을 살펴보고, 모든 것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은 매우 차분한 과정이다…왜냐하면 당연하니까?”****


*Matt Grobar, 「Cinematographer Darius Khondji Leans Into Garish, Gritty ’80s Aesthetics For ‘Uncut Gems’」, 『Deadline』.

**Akiva Gottlieb, 「If the goal is intense realism, as with ‘Uncut Gems,’ the editing should be invisible」, 『Los angeles times』.

*** Amos Barshad, 「The Safdie Brothers Are Classic New York Hustlers」, 『FADER』.

****Paul Brownfield, 「From the Diamond District」, Mydigitalpublic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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